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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ADMINISTRATOR


영화  2011/06/20 20:03


[E.T.]나 [구니스]의 마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던 세대는 아니더라도, 이 작품 [슈퍼 에이트]가
표방하는 '스필버그스러움'에는 - 저 노골적인 포스터를 좀 보시라! - 그런대로 아련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VCR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게 되고 동네 방방곡곡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들어서며 
홈 엔터테인먼트 붐이 일었던 90년대 초반에 유년시절을 걸쳐 놓은 덕택으로 나는 8~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필버그류의 건전한 가족영화들을 단돈 몇 백원에 양껏 빨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게도 정작 그 장르의 대표작 격인 [E.T.]는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접하게 되었지만.)
그리고 내가 그들 영화들에 대해 간직한 뭉뚱그려진 추억들은 안 그래도 꽤 편의적으로 분류된 
감이 없지 않은 '스필버그 영화'라는 가상의 장르에 대한 흐릿한 인상만을 남겨 오히려 '유사
스필버그 영화'로서 이 영화 [슈퍼 에이트]를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는데, 제아무리 
스필버그 본인을 제작자로 삼고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로고를 훈장처럼 달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이 작품이 자아내는 스필버그적인 분위기는 일종의 흉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나의 이러한 마음 편한 감상도 큰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진짜 스필버그 전문가들이나
열혈팬들에게는 오히려 이 영화의 불만스러운 부분들이 훨씬 더 잘 보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계보를 이으려는 만큼이나 감독인 J.J. 에이브람스의 개성을 무시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한데, 초반에 등장하는 근차한 열차 탈선 시퀀스나 미지의 존재를 암시하며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아이들이 펼치는 전형적인 '스필버그류'의 모험/성장담에 대비되는 어른들의
미스터리/액션 라인 등 군데군데 [로스트]를 연상케 했던 그의 색깔이 생각보다는 튀지 않고 영화의
전반적인 스필버그식 분위기에 잘 어우러진 것 같았다. 하기야 에이브람스 또한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보고 꿈을 키워온 '스필버그 키즈'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실제 에이브람스는 80년대 초반 그가
고작 15세였을 무렵 스필버그가 슈퍼 8mm 필름으로 찍은 작품들의 복원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또한 본인의 개성을 적절히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하였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오마주 영화로서 시종일관 두 감독의 개성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점은
다소간의 아쉬움을 남기는데, 이러한 불가피한 개성 충돌의 흔적은 특히 후반부에서 두드러진다.
(그러고 보니 흥미롭게도 후반부의 특정 장면들은 스필버그도 에이브람스도 아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자신들만의 영화를 제작하려는 아이들의 모험담, 가족의 붕괴와
갈등, 외계인과 군대의 대치 및 그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 액션 활극 등의 많은 이야기들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하나의 접점을 향해 수렴해 가기는 하나 막상 결말에 이르러 그렇게까지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 그렇게까지 실망을 하지는 않았는데,
상당수 관객들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마지막 장면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드라마의 설득력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할 가능성 또한 상당부분
덜어내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에이브람스는 스필버그 영화들의 요소들을
공유하되 핵심적인 정서를 빌려오는 데에는 주저함을 보인 게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E.T.]와 같은 영화들이 성공적이었던 이유가 그 때문 아니던가.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을 다루며 감정선을 잡기는 하지만, 그것을 충분히 발전시키지는 않는다.

그러한 탓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등장한 영화 속 아이들의 8mm 영화는 - 조지 A. 로메로에게 
경의를 표하는 귀여운 좀비 영화가 되겠다. - 엔딩의 싱거움을 해소하는 진정한 마무리로 보였다.
애초부터 어른들의 비중을 줄이고 아이들의 역할을 확대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또
그것대로 스필버그 영화의 완벽한 재현이 되어 굳이 에이브람스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 이유도
없었을 테니 아무래도 이러한 식의 어정쩡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이러나저러나 [슈퍼 에이트]가 근래 보기 드물게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조금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영화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시대착오적일 정도는 아니었으며, 
신선하고 흥겨웠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감상한 블록버스터 영화들 중에 가장 신나게 보았다.



+) 영화의 주인공 조 역을 맡은 조엘 코트니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 된다고 하는데, 묘하게 [E.T.]의
엘리엇, 헨리 토마스를 연상시켰다면 기분 탓이었을까. (아니, 이제 보니 이 친구는 [올모스트 페이머스]
패트릭 푸짓과 똑같이 생겼다!)

++) '다코타 패닝의 동생' 딱지를 슬슬 벗어던질 때가 된 듯한 엘르 패닝은 생각 외로 잘해서 놀라웠다.
특히나 좀비 연기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이참에 그쪽으로 나가보는 게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 일전에 트위터에서도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슈퍼 에이트]를 8명의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관객들도 꽤 있는 것 같더라만 이 제목은 한 때 아마츄어 영화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던 '슈퍼 8mm' 필름의 이름에서 따온 것. 물론 영화 속 아이들은 이 슈퍼 8mm 필름으로 그들만의
영화를 제작한다.

*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원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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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ecialb.tistory.com/trackback/288 관련글 쓰기
from.Rexism : 렉시즘  2011/06/21 09:23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T]를 볼 당시가 국민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던가 그랬다. 친구 어머님이 친구와 함께 나를 극장에 데려가 보여준 기억이 난다. 지방도시라고 극장이 조용하기는커녕 전국이 ET 열풍인지라 앞 자리에 결국 신문지를 깔고 보았다. 당시엔 존 윌리암스고 누구인지도 모르고 웅장한 스코어를 들으며, 날아가는 자전거와 동그란 UFO를 보았다. 눈시울이 뜨겁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만, 이듬해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교 앞에서..
from.ҍӀմҽղӀìѵҽ'ʂ ՀօϲķɾաօɾӀժ  2011/06/21 22:24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정서를 그대로 쌍제이가 담아낸 영화이다. 영화는 (비록 쌍제이가 감독했음에도) 80년대 스필버그 식 정서에 담겨있던 장점과 단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깔끔한 줄거리 진행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면이 짙고,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선 다소의 억지스러운 진행도 감수한다. (영화의 시작 자체가 아예 [이티]를 형상화한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로고임) 여기에 (역시 80년대 감성인) 용감한 어린이들의 협력에 의한 문제의 해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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